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만든 노래, 이지형의 ‘백구’
프로젝트 앨범인 ‘강아지 이야기’ 라는 앨범에 들어있는
이지형의 백구.
이 앨범을 들으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었다.
가사는 듣지 않았고, 그냥 노래만 들었을 때
귀에 참 감기는 그런 노래였다.
잔잔하고 동화 같으면서도 무언가 있는 것 같은 그런 노래.
그냥 들었을 땐, ‘좋은 노래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오늘 집에서 가사를 보며 노래를 제대로 들어봤다.
그리고 따라불러봤다.
노래 초반부터 가슴속에서 뭔가 이상한게 느껴진다.
노래 중반쯤엔,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가에 물기가 맺힌다.
노래 후반부를 부를 때,
어느새 난 노래를 흐느끼며 부르고 있었고
눈에선 눈물이 흘러넘쳤다.
가사 내용은, 간단하다.
지방에 사는 어린아이가 서울에 갔다가 길에서 강아지를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그리워하며 어느새 세월은 흐르고 소년도 자랐다.
그런데, 어느날 집앞에 강아지가 집을 찾아왔다.
이런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에 난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흘렀다.
노래를 부르며,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랬던 것 같다.
나도 어릴때 강아지를 키웠던 적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5학년 때인가,
외삼촌이 어디선가 강아지를 한마리 얻어와서 우리집에 주셔서 기르게 된 강아지.
이름은 루피라고 지었다. 만화 캐릭터 중에 ‘스누피’라는 강아지가 있었는데,
거기서 ‘스’자를 빼고 발음하기 편하게 만든 이름이 ‘루피’였다.
내 인생에 참여한 첫번째 강아지였고,
현재까지는 마지막 강아지였던 루피.
어린시절 강아지를 키운 사람들은 누구나 그랬겠지만,
그때 나도 그 강아지를 정말 좋아했었다.
특히 강아지를 안았을 때 털의 감촉이 정말 좋아서 자주 끌어안고 자고는 했었다.
약 1년정도 기르다가, 집안 사정상 강아지를 다른 집으로 보내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사정상’ 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에는 급작스런 일이었다.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집에서 강아지는 찾을 수 없었고,
다른 집으로 보냈다는 어머니의 말씀만 들을 수 있었다.
너무나 급작스럽게 나를 떠나버린 강아지.
그렇게 난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이별을 해야 했다.
동생은 그날 엄청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사내라고 안우네.’
눈물을 흘리기엔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았었던것 같다.
아니, 그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어머니가 동생과 함께 볼일을 보러 나가고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갑자기 눈물이 났다.
빈 집에서 문득 강아지 생각이 나서였을까.
베게에 얼굴을 묻고 베게가 다 젖도록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흐느끼며 울었던 날이었다.
초반엔 왠지 강아지가 그 집을 뛰쳐나와 우리집으로 돌아올 것 같은,
말도 안되는 상상을 참 많이 했었다.
1년 뒤 다른 도시로 이사를 했을 때,
이 먼 곳까지 찾아올 수 있을까, 힘들텐데,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그 강아지와 같은 종류를 보면
혹시나 루피가 아닐까 살펴보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어려서였을까, 그때는 그랬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어느 날,
부모님이 대화를 나누시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 강아지가, 그때 보내진 집에서 사라졌다고…
그리고 그 강아지를 못 찾았다고…
중고등학교 때 PC통신을 하면서,
PC통신상에서의 내 대화명(닉네임)으로 그 강아지의 이름인 ‘루피’를 썼다.
강아지에 대한 그리움에 그렇게 그 이름을 썼다.
그 후 인터넷에서도 그 이름을 한동안 쓰기도 했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지났고, 난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이제 그 강아지와의 추억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은 인터넷에서의 닉네임도 바꿨다.
많은 사람들이 ‘원피스’ 때문에 쓰는 이름이라 오해를 하여
다른 닉네임을 만들어 쓰고 있다.
이젠 거의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강아지는 키우지 않고 있다.
키울만한 환경도 아니지만,
씻기고, 밥먹이고, 병원 데리고 다니고,
집을 비울때마다 신경써야 되는게 귀찮고 힘들어서 별로 키우고 싶지 않다.
이렇게 난 어릴때와 비교해서 많이 변해있다.
그런데, 이 노래 한 곡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옛 생각을 나게 만들었다.
잃어버린 강이지를 그리워하는 부분에서,
어릴때의 내 마음을 보았던 걸까.
“소나기 퍼붓는 밤이 온다면 어느 지붕 밑에라도 피해있으렴
새하얀 꼬마 백구 귀여운 나의 백구”
특히 이 부분의 가사에서 마음이 많이 동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강아지가 다시 주인을 찾아오는 가사에서는,
어린 시절 내가 꿈꿔왔던 판타지를 보았기 때문인걸까.
노래를 따라부르며, 어릴 때 혼자 울었던 것처럼 흐느껴 울었다.
이 노래는, 이러한 가사를 정말 잘 느끼게 해주는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가사만, 이었다면 난 어린시절을 추억하지 않았겠지.
이런 이야기는 흔하디 흔한 스토리이니까.
그러나 이 멜로디와 함께한 가사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해주었고,
나에겐 정말 좋은 노래가 되었다.
백구 – 이지형 (앨범 : 강아지 이야기)
# 1
이젠 엄마가 없는 어린 꼬마 백구가 너무 가여워서
내가 너의 아빠가 되어주고 싶었어 그 언제까지라도
이런 내 맘을 너는 알고 있는지
이리저리로 폴짝 뛰어다니며 이른 아침에 잠이 깨면
곁에서 동그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지
그러던 어느 날이야 서울 사는 할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다급한 아빠를 졸라 백구까지 안고서 서울로 올라갔지
수많은 그 사람들 속에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가다가
그만 백구의 끈을 놓쳐서 낯선 곳에서 너를 잃어버렸지
새하얀 꼬마 백구 귀여운 나의 백구
# 2
그날 밤 아빠는
힘없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고
나는 백구 생각에
아침이 올 때까지 정말 많이 울었어
어디에 있는 거니 우리 백구야
하루종일 난 너무 생각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에서도
몇 번씩이나 뒤를 돌아보았지
한 동안 아침이 오면
네가 없는 마당에 물끄러미 앉아서
너의 생각이 날 때면
노란 나비를 쫓아 풀밭 길로 걸었지
그 길에 네가 있을 것만 같아서
철없는 개구쟁이 나의 백구야
소나기 퍼붓는 밤이 온다면
어느 지붕 밑에라도 피해있으렴
새하얀 꼬마 백구 귀여운 나의 백구
# 3
너의 집 조그만 지붕에 쌓인
기억 너머로 해와 달은 저물어
꽃은 피고 지면서 쓸쓸해진 바람에
다시 계절은 가고
언제나 내가 좋아하던 그 길에
흰 눈이 소복소복 내려오던 날
이제 내 키보다 한 뼘 작아진
대문을 열고 밖을 나서려는데
새하얀 꼬마 백구 귀여운 나의 백구
난 너무 깜짝 놀랐어
개구쟁이 백구가 동구밖 저 멀리서
나에게 달려오잖아
새까매진 두 발로 숨을 헐떡거리며
얼마나 찾아 헤맨 거니 백구야
한 눈에 나는 너를 알아보았어
두 팔로 널 안은 내 눈에선 눈물이
백구의 하얀 얼굴 위로 흐르네
새하얀 꼬마 백구 귀여운 나의 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