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범퍼가 핑크색이지만, 아들입니다! 남자는 핑크죠! (딸 가진 동생에게 얻어서 쓰다 보니……) 뒷모습만으로도 귀여움을 표현하는 우리 아들
2016년 2월,
나는 아빠가 되었고, 나에겐 아들이 생겼다.
그리고 약 160일이 지났다.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그 전에 상상했던 것과는 정말 다른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제 만 5개월이 지났고 6개월째밖에 안된 주제에 육아가 힘들다는걸 쓰는건 참 건방진 소리일수도 있겠지만, 신생아 육아는,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할수도, 상상할수도 없는 과정이었다.
그 누구도 육아가 이렇게 힘들다는걸 말해준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있었더라도 아마 내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ㅎㅎ;;;
여러분, 육아는,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같은 자식이 생깁니다.^^
1. 조리원 퇴소 후 50일까지.
막막하기만 하던 시절이었다. 두려운 마음에 집으로 아기를 데려 왔고, 어쩔 줄 몰랐고, 산후도우미 아줌마에게 많은걸 배우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아빠인 내 기준에서 정말 졸립던 시절. (아내는 지금 훨씬 더 못잔다.)
아내는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데, 이때는 사정상 혼합수유를 할 때였다. 모유를 먼저 먹인 뒤, 분유로 부족한 양을 보충하던 시절. 부족한 양이 얼마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기용 미세체중계도 구입했다. (중고로ㅎㅎ)
모유수유는 엄마의 몫. 그리고 분유는 아빠의 몫.ㅠ
밤에 수유를 할때마다 나도 같이 깨서 분유를 타서 내가 먹였다.
아… 생각만 해도 졸린다.
분유는, 그냥 물에 타는게 아니다. 생수 또는 정수 된 물을 끓여야 하고, 그 물을 따뜻한 정도로 식혀서 분유를 타고, 이 상태는 아직 아기가 먹기엔 뜨거우므로 끓인 물을 미지근하게 식힌 물을 좀 더 타서 아기가 먹을 수 있게 만든다.
즉, 끓인 뒤 따뜻할 정도의 물과 미지근한 물이 필요하다. 이거 준비하는 것도 힘들지만, 분유를 먹인 뒤의 젖병을 씻고 소독하는 것도 일이다.
동생에게 얻은 유팡 소독기가 있지만, 유팡 만으로는 완전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1~2일에 한번은 열탕소독을 해줬다.
그리고 이 시기에 사정상 유축기로 모유 유축도 같이 했는데, 유축용 젖병도 있어서 씻고 소독해야 할 젖병이 수유때마다 2개씩. 아내는 아직까지 몸이 안좋은 상태라 이 모든건 나의 몫. 나의 일. 하루에 씻어야 할 젖병이 수유7번 X 2개 = 14개. 젖병이 있으면 젖꼭지도 있는 법. 유축을 하니 깔때기도 있는 법. 이 모든 건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 집에 와서 하는 일.
젖병 세척만 하느냐. 청소도 해야지. 아기가 있으니 매일매일 열심히 해야지. 산후도우미 아주머니를 쓰는 기간도 끝난 뒤에는 미역국도 내가 끓였다…….
그럼 집안일만 했느냐.
우리 아들은, 이 시기엔 밤 12전에 잠든 적이 없었다. 밤 11시쯤부터 집이 떠나가라 울기 시작해서 보통 1시간 정도를 그렇게 운 다음에 잠들었는데, 안아줘도 계속 울었다. 어째 날짜가 지날수록 점점 더 늦게 울기 시작하고 점점 더 늦게 잤다. 새벽 2시에 잠든 적도 있었는데, 밤에 이렇게 우는 아기를 달래는 것도 나의 몫.
12시~새벽2시 사이에 잠들고, 중간에 깨서 분유 타서 먹이고 먹인 젖병 바로 씻고,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잠을 잔건지 밤을 샌건지 헷갈리던 시절이었다.
우린 양가 부모님이 모두 지방에 계셔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환경.
여기가 지옥인지 집인지 헷갈리던 시절. 시간이 해결해 주긴 하는건가 하던 시절.
아직 제대로 된 지옥은 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던 시절이었다.
2. 50일~100일 까지.
그래도, 50일이 가까워지면서 아기가 잠드는 시간이 11시~12시 정도로 당겨졌고, 자지러지게 우는 것도 없어졌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난 믿었지~~ (정말??)
그리고, 50일 즈음부터는 아기가 밤에 안깨기 시작했다!! 보통 100일 지나면 통잠 잔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우리 아들은 50일 즈음부터, 5시간~7시간 사이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즈음에는 분유도 끊고 완모(모유만 먹임)에 돌입한 시기이기도 하다.
분유를 끊고 완모를 시작했을때 정말 얼마나 기뻤던지. 분유 탈출!! 나의 새벽잠도 끝!!
물론, 아내는 역시나 모유수유를 위해 3시간마다 깨야 했지만, 모유수유에 남편은 전혀 필요가 없다는 것!
덕분에 나는 다시 잠을 잘 잘수 있게 되었고, 이제부터는 해피한 일들만 있을 줄 알았다.
아, 이때도 여전히 국 끓이기는 나의 몫이었다. 아직 아내가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절. 소고기 미역국, 황태 미역국, 황태 무국, 소고기 무국을 번갈아가면서 끓이던 시절.
그리고, 수면교육을 시작했다.
아기 재우는게 너무 힘들어서 시작한 수면교육.
처음엔 낮에도 30분 이상을 울다가 잠들었는데, 나중엔 낮엔 10분 안에 스스로 잠들고, 밤에도 30분 안에 스스로 잠드는 기적을 경험했다!!
수면교육의 효과를 보기 시작하던 시절. 조금만 더 하면 아기가 완전히 스스로 잘 수 있을거라 착각하던 시절. 그렇게 꿈을 꿨었지. 꿈은 꿈일 뿐….
그래도 이 시기가 그나마 편했던 시절인 것 같다.
3. 100일~150일 까지.
100일 조금 안되어서부터 밤에 잘 자던 아기가 다시 깨기 시작했다.
다른 집 아기들은 이 시기부터 통잠을 잔다는데, 그래서 100일의 기적을 맛본다는다, 우린 기적은 커녕 100일의 기절을 맛볼 판이었다. 아기가 자꾸만 밤에 깬다. 결국 다시 밤에도 3시간 간격의 수유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남편인 나는 계속 자고 아내가 헬게이트에 입장하는 시기였다. (미안..ㅠㅠ)
110일 즈음인가,
수면교육의 효과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는게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말정말 소리를 꺅꺅 지르면서 울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선 수면교육을 도저히 할수가 없어서 다시 안아서 재우기 시작했다.ㅠㅠ
게다가, 밤에 깨는 빈도가 점점 심해졌다.
140일 즈음 부터는 거의 1시간에 한번씩 깨서 운다.ㅠㅠ 이건 현재진행형이다 ㅠㅠ
그리고 이때쯤에, 신생아때처럼, 안아줘도 1~2시간씩 엄청나게 울어댔다. 신생아때보다 목소리는 더 커졌다. 나이도 먹었으니 버전업 된건가…
찾아보니 잠퇴행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던데…
아들아, 뭐가 문제인거니ㅠㅠ
좋은 점도 있긴 하다.
점점 귀여워진다. 신생아때보다 이때가 훨씬 더 귀엽다. 얼굴이 똘망똘망하게 보이고 정말 온몸에 귀여운 오로라를 마구마구 풍긴다.
너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거니! (되고 말고ㅎㅎ)
그리고, 뒤집기가 아닌 되집기를 하기 시작했다.
똑바로 눕혀 놓은 상태에서 엎드리기를 하는걸 뒤집기라고 하고,
엎드린 상태에서 똑바로 눕게 돌리는건 되집기라고 인터넷에 부르는데,
본인이 의도한건지 움직이다가 보니 되집은건지 암튼 되집기를 가끔씩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 발을 잡고 놀기 시작했다. 이게 참 묘하게 귀엽다.ㅎㅎ
4. 150일 직후.
160일이 조금 넘었을때, 드디어 뒤집기를 성공했다. 우연히 몸부림치다 뒤집은게 아니라 본인의 의지로 뒤집으려고 끙끙대다가 성공했다. 그것도 연속 두번! 드디어 뒤집기!!
뒤집기를 하면 더 큰 헬게이트가 열린다고 하는데, 아직 자다가 뒤집지는 않아서 그 정도까진 아닌 듯 하다.
그리고 누워서, 또는 엎드려서, 회전을 막 한다. 뒤집기가 아니라 머리 방향이 북쪽을 보고 있다가 자기가 몸을 돌려서 동쪽을 보고, 다시 남쪽으로 보는 식으로 회전을 한다. 잠깐 다른거 보다 보면 180도 몸이 회전되어 있는걸 보면 참 신기하다.ㅎㅎ
여전히 밤새 수시로 깬다. 아내는 여전히 잠을 별로 못잔다ㅠㅠ
그래서, 혼자 잠드는 습관을 길러보고자, 수면교육을 다시 시작해봤다. 그러나 안된다.
ㅠㅠ
이전엔 그래도 길어야 30분 울고 잠들었는데, 90분을 울어도 잠들지 않는다.ㅠㅠ
이거 계속 해야 하는 건지 다시 고민 중..ㅠㅠ
정말, 지금은, 다른건 바라지도 않고,
잠만 잘 자주면 정말정말 고마울 것 같다!ㅎㅎ
5. 행복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점만 잔뜩 적어놨는데,
그래도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행복한 순간들도 있다.
아기가 나를 보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볼때면, 정말 세상 모든 행복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다.ㅠㅠ (기쁨의 눈물)
자고 있는 모습은 정말 말 그대로 “천사” 같다. 이게 비유법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느껴진다.
한번은, 아내와 같이, 아기가 우리를 보며 함박웃음을 짓는 걸 보며, 같이 행복한, 감동의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울고 있을때를 제외하고는, 볼때마다 정말정말정말X100 귀엽다.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기도 한다.^^
“아 너무 귀여워 어떻게.. 넌 어쩜 이렇게 귀엽니”
이 말을 아내와 같이 하루에도 몇번을 하는지 모른다.ㅎㅎ
그리고, 신기하게도 점점 더 귀여워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참고로 나는 아기를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지나가는 아이를 봐도 전혀 귀엽다고 느낀 적이 없던 남자였는데, 정말 내 아이가 생기고 나니 바뀐다. 주변 사람들이 변할꺼라고 했을때도 정말 그럴까? 하고 별로 안믿었는데, 겪어 보니 진짜 변하게 된다.
그리고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지나가면서 보이는 다른 아기들도 귀여워 보이고 눈길이 좀 더 가게 된다. 오~ 이 놀라운 변화라니!! (뜬금없는 표현)
앞으로는 또 어떤 육아가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도 많지만,
또 얼마나 귀여워질지, 어떤 행복을 가져다줄지 기대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