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

오랜만에 연극이 보고 싶어져서 괜찮은 연극이 있는지 찾아보던 중에
눈에 들어온 작품, ‘경숙이, 경숙아버지’
조재현씨가 하는 연극이라고 해서 먼저 관심이 갔고,
사람들의 평을 보니 평도 좋은 것 같고,
조재현씨가 하지 않았던 작년에도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아서 이 연극을 보고 왔다.

단 한 번도 제자리에, 가족 곁에 있지 않고,
워커신고 장구메고, 바람따라 구름따라 어딘가를 떠돌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그 가족들의 삶을 그린다.
연극은, 시종일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중간중간 웃음을 멈추고 아버지에 대해,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아래 more를 누르시면, 스포일러가 포함된 내용을 보시게 됩니다.)
[#M_ more.. | less.. |가족을 두고 혼자 피난을 떠나면서
“너희는 둘, 내는 쏠로! 진정 외로운 사람은 내다!!” 라고 외치는 대사는,
정말 코믹스럽고 황당한 대사이지만,
대부분의 아버지의 속내를 잘 보여주는 대사일지도 모르겠다.

막바지에, 또 어디론가 떠나는 아버지에게 경숙이 외친다.
“아부지, 어딜 그래 갑니까? 아직도 그래 갈데가 많이 남았습니까?”
이 대사는, 참 여운이 많이 남는 말이다.
_M#]조재현씨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조재현씨는 경숙아버지가 완전히 몸에 녹아있는 것 같았다.
그 광기가 있는 듯하면서도 슬픈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worldcio)

게다가, TV에서 보던 사람들을
무대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했다.
얼마전에 본 영화 ‘그놈목소리’에서
여형사역을 맡으셨던 고수희씨는
경숙이 어머니 역으로 나오셔서
힘든 어머니 역을 잘 보여주셨다.
(위 사진의 오른쪽 분)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worldcio)

꺽꺽이 역으로 나온 박철민씨나, (위 사진의 오른쪽분)
청요리 역으로 나온 이한위씨의 (사진의 왼쪽분)
감초연기도 정말 기가막혔다.

박철민씨는 “어흠~” 이 대사만으로 사람들을 폭소에 빠뜨리셨고,
이한위씨의 파자마 연기는, 말이 필요없다. 직접 봐야 안다.

내가 볼때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중년층의 관객분들이 상당히 있었다.
주제가 아버지라서 그런건가…
그리고 극의 막바지에는 꽤 슬프게 흘러가면서,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근데 이상하게 난 감정이입이 잘 안되었다;;;)
특히 아주머니 분들이 많이 우시는 걸 보면,
그 시절을 살아오신 그분들에겐 우리보다 더욱 공감이 되는 연극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본 연극이었는데, 참 좋은 연극을 봐서 다행이다.
다시 연극에 재미를 붙이게 될 것 같다. 자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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